차인표 작가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2021년 출간된 감성적인 장편소설로, 그의 세 번째 소설 작품이다. 차인표는 배우로서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깊이 있는 시선으로, 사회적 약자와 탈북민 문제를 문학적으로 풀어내며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이 작품은 탈북 청소년 ‘민준’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며, 성장과 용서, 그리고 연결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단순한 서사 이상의 질문을 던지는 이 소설은,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가의 삶에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성장 - 상처를 딛고 나아가는 여정
민준은 탈북 과정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17세의 소년이다. 어린 시절 북한에서의 기억은 공포와 결핍으로 가득했고, 한국에 오고 나서도 사람들의 편견과 무관심은 또 다른 장벽이 된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의 부재와 문화의 충격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껍질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작가는 이런 민준의 모습에 진실성을 불어넣으며, 독자들이 그의 내면과 직접 마주하도록 이끈다. 하지만 ‘변화’는 생각보다 작고 따뜻한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담임 선생님의 배려, 친구의 진심 어린 한 마디, 동네 어르신의 밥 한 끼가 그에게 다가오는 순간, 민준의 세계는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다.
스스로 마음을 닫았던 민준은 점차 주변 사람들의 진심을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민준의 변화는 단지 개인적인 성장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이방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수용하는지에 대한 메타포로도 작용한다. 성장의 정의는 단순히 성취나 성공이 아닌,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용기를 내는 데 있다.
작가는 이 메시지를 인물의 심리 묘사를 통해 풍부하게 전달한다. 성장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아주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이어가는 것이 진짜 성장임을 민준은 증명해낸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그러한 ‘사람다움’의 여정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귀한 작품이다.
용서 - 과거와 화해하는 시간
민준에게 있어 과거는 늘 무겁고 잔인한 기억이었다. 가족과의 생이별, 생존을 위한 탈출, 그리고 죄책감. 그는 북한을 떠난 이후에도 그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탈북 중 선택의 순간마다 느낀 후회와 공포는 그를 오랫동안 옭아매 왔다. 작가는 이러한 민준의 트라우마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독자들에게 용서란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체감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의 용서는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한다. 민준은 계속해서 과거를 회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한 인물과의 대화를 계기로 그는 기억 속 그날의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장면은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하는데, 결국 용서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이해하고 품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일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숙제다. 많은 사람이 타인의 실수는 너그러이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자신의 과오는 평생 짊어지고 살아간다. 민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 감정을 놓지 못했는지를 반추하게 된다. 차인표는 이를 설교가 아닌 서사와 감정선을 통해 조용히 건넨다.
이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는 용서의 장면이 어떤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니라, 평범한 대화와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민준은 자신을 용서하고, 과거를 끌어안은 채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것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전환이다.
연결 - 우리를 이어주는 따뜻한 시선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제목처럼 ‘연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상처를 가진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삶과 연결되는지를 섬세하게 다룬다. 이 소설은 ‘연결’이란 단어를 단지 관계 맺기의 개념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타인에게 건네는 손의 모양을 의미한다.
민준이 만나는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부서진 구석을 안고 있다. 그의 담임 선생님은 오랜 교직생활 속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고, 친구는 가정의 불화로 내면이 붕괴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그 상처를 함께 어루만지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연결은 그렇게, 연민이나 동정이 아닌 존중과 이해로 시작된다.
이야기 후반부, 민준은 별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은 멀리 있지만, 언젠가는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별을 바라보게 되겠지." 이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연결은 물리적 거리가 아닌, 마음의 거리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결은 누군가의 진심 하나로 충분히 시작될 수 있음을 이 작품은 말한다.
차인표는 연결의 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과정이 결코 쉽거나 로맨틱하지 않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때로는 오해하고, 때로는 상처받으면서도 우리는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이 전하는 또 하나의 진실이다.
-마치며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단지 소외된 이들을 위한 동정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진심으로 타인을 마주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성장과 화해, 그리고 관계의 회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의 감정을 조용히 흔든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나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은 별을 바라보듯, 세상 어딘가 누군가와 닿아 있다는 그 느낌은 어쩌면 우리 삶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이 감정을 많은 독자와 나누고 싶다. 진심으로 추천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