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는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로,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를 중심으로, 그가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감정을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작가는 뇌 편도체 이상으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주인공을 통해, 감정이란 무엇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묻고 있습니다.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담은 이 작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감정을 모르는 소년
소설의 주인공 윤재는 편도체가 일반인보다 작게 태어난 인물입니다. 이로 인해 그는 공포, 분노, 슬픔, 기쁨 등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감정을 표현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서툰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상한 아이’, ‘무서운 아이’로 취급받으며 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되어 갑니다.
하지만 윤재의 어머니는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일상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철저히 가르칩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어머니의 사랑은 매우 헌신적이며 현실적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감정이란 선천적인가, 아니면 학습 가능한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윤재는 주변과의 갈등 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어느 날 갑작스러운 비극으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한날에 잃게 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외로움, 상실, 두려움이라는 익숙지 않은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 윤재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닌 ‘알아가는 것’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아몬드*는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특별한 설정을 통해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온 감정의 작용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윤재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감정이 없다’는 것이 단순히 차가움을 의미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며, 그의 삶은 오히려 감정의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관계를 통해 변화하는 성장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고립된 존재였지만,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서서히 변화해 갑니다. 특히 같은 학교에 다니는 소년 ‘곤’과의 만남은 윤재의 삶에 전환점을 가져옵니다. 곤은 윤재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로, 분노와 격정이 넘치며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충돌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자신이 지닌 결핍을 인식하게 됩니다. 윤재는 곤을 통해 감정의 격렬함과 인간 관계의 복잡함을 배우고, 곤은 윤재를 통해 진정한 연결과 수용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우정은 감정이 다르더라도 마음이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윤재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서점 주인, 상담 선생님, 그리고 이웃 사람들과의 소소한 관계—는 그에게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줍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타인을 통해 감정을 ‘알아가는’ 윤재의 모습은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아몬드*는 ‘관계’를 통해 사람이 변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특별한 능력이나 극적인 사건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작지만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그 변화는 곧 우리 삶에서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줍니다.
인간 이해에 대한 깊은 시선
*아몬드*는 감정을 다루지만, 단순히 감정의 유무에만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작가는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차원을 지니는지를 차분한 문체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윤재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독자는 ‘감정이 없다고 해서 인간답지 않은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감정 반응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성품이나 인성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윤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이에게도 상처, 따뜻함, 배려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는 인간다움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한 *아몬드*는 우리 사회가 ‘다름’을 얼마나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습니다. 윤재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낙인을 경험하며, 그는 그로부터 오는 외로움을 혼자 견뎌야 했습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과 닫힌 시선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비판합니다.
*아몬드*는 감정이라는 주제를 넘어, 인간 존재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윤재의 고요하지만 강인한 여정을 통해, 우리는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마치며
*아몬드*는 감정, 관계, 성장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손원평 작가는 말수가 적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한 소년을 통해 오히려 감정의 깊이와 인간의 복잡함을 드러냅니다. 이 작품은 청소년 문학이라는 장르의 틀을 뛰어넘어, 모든 세대에게 울림을 주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감정과 관계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 조용한 성장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 그리고 다름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아몬드*는 우리 안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일깨워주는 섬세하고 깊은 울림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