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감정인 ‘미움’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하고 철학적으로 해석한 고백적 에세이입니다. 그는 우리가 사람을 미워할 때 느끼는 죄책감, 미움을 숨기며 사는 피로감, 그리고 그 미움으로부터 오는 자아의 혼란을 솔직하고 직설적인 언어로 끄집어냅니다. 이 책은 ‘사람은 원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불편하지만 사실에 가까운 전제에서 시작하여, 미움을 억누르기보다는 그 감정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미움마저도 ‘나’의 일부로 인정할 수 있는 철학적 용기를 제안합니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감정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진지하고도 냉철한 탐색입니다.
혐오의 감정에 솔직해지기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은 누구나 품고 있지만, 그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대인 관계에서 갈등을 피하려 하고, 표면적으로는 친절함과 관용을 유지하지만, 속으로는 질투, 혐오, 불쾌함, 분노 같은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을 품곤 합니다. 그런 감정에 솔직해질 수 없다면 오히려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는 미움을 감추는 행위 자체가 더 큰 심리적 억압을 낳는다고 지적합니다. 사회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 성숙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성숙은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미움을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우리 내면의 진짜 가치관과 상처, 욕망이 드러나는 때입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용기”를 강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용기는 공격하거나 폭력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미움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감정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말합니다. 감정은 숨기면 커지고, 바라보면 작아질 수 있습니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감정의 위선을 벗겨내고, 내면에 숨겨진 부정적 감정까지 포함해서 진정한 자기를 이해하는 철학적 단계를 안내합니다.
관계의 피로와 거리두기
나카지마는 인간관계 자체가 기본적으로 피로와 오해, 그리고 긴장을 수반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때론 의무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그 안에서 감정의 왜곡을 겪습니다. 그 피로는 누적되어 사람 자체를 미워하는 감정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그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무조건적인 친밀함’은 허상이라고 봅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감정이 얽히기 쉽고, 상대방의 기대나 요구에 끌려다니며 자신을 소모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미움은 사실 상대를 향한 감정보다는 ‘그 관계 속에서 무력해진 나’를 향한 자기혐오에 더 가깝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과의 적절한 거리두기를 삶의 전략으로 제안합니다. ‘모두와 잘 지낼 필요는 없다’, ‘어떤 관계는 애써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심리적 여백을 만들어 줍니다. 관계의 피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거리를 조절하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우리가 관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의 실체를 직시하고, 그 감정이 괴로움으로 전환되기 전에 적절히 거리를 둘 수 있는 지혜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미움 속에서 나를 이해하기
나카지마는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거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나 태도에 분노할 때, 그것이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기 때문이며, 때로는 내가 억누르고 있는 욕망을 그 사람이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즉, 미움은 타인을 향한 감정이지만, 그 기저에는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이 숨어 있습니다.
그는 철학적 자기 이해의 방법으로 ‘감정 읽기’를 제안합니다. 왜 나는 그 사람이 싫은가, 어떤 지점에서 내가 불편함을 느꼈는가를 세밀히 관찰하다 보면 그 감정은 자연스럽게 통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감정 발산이 아니라 감정 분석은 자기이해의 시작입니다.
나카지마는 자신이 타인을 미워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가감 없이 고백하며, 그 속에서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때로는 불안했고, 때로는 비겁했으며, 또 어떤 때는 예상보다 더 용기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미움을 통해 자신을 본다는 것은 결코 자기부정이 아니라 정직한 자기 수용의 과정입니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감정의 그늘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속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진짜 나를 만나는 철학적 공간을 마련해 줍니다.
-마치며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좋은 감정만이 옳다’는 사회의 통념에 반기를 들며, 미움이라는 감정을 철학적으로 응시하고 그 의미와 작동 방식을 정직하게 해부한 책입니다.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감정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이며, 미움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자기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사람, 관계 속 피로에 지친 이들, 그리고 ‘나답게 사는 법’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진실을 전합니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감정의 진실에서 출발하는 지적인 자기 구원의 철학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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