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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사랑, 그 혼란스러운』 : 철학이 묻는 사랑의 본질, 뇌과학과 감정의 접점, 현대 사랑의 위기와 재해석

by kdsnews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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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혼란스러운』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가 철학, 심리학, 뇌과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사랑’이라는 인간 감정의 본질을 탐구한 통합적 인문 에세이입니다. 그는 고대 철학자들의 사유에서부터 현대 신경과학의 발견, 심리학자들의 연구와 문학 작품 속 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담론을 엮어 사랑이란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이 책은 사랑을 이상화하거나 감성적으로 미화하기보다, 사랑의 실체를 객관적이고 날카롭게 조망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인간적 갈망과 모순을 따뜻하게 들여다봅니다. 『사랑, 그 혼란스러운』은 사랑이라는 익숙한 감정이 사실은 얼마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지, 그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이 얼마나 철학적인지를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철학이 묻는 사랑의 본질

프레히트는 철학의 언어로 사랑의 본질을 질문합니다. 사랑은 무엇인가? 왜 인간은 사랑을 갈망하는가? 고대 플라톤은 사랑을 완전한 형태(이데아)를 향한 그리움이라 보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과 공동체로 확장된 사랑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사랑을 개인적 욕망과 자기실현의 감정으로 받아들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론적·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신호입니다.

그는 사랑을 ‘존재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로 보기도 합니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나의 결핍을 채우고, 나 아닌 존재와의 결합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은 자주 실망과 좌절로 귀결되며, 그 감정은 때로 집착이나 소외로 변형됩니다. 사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프레히트는 철학이 사랑을 도덕, 책임, 자유, 자율성과 같은 다양한 윤리적 개념과 연결해온 방식도 되짚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유로워야 하는가, 혹은 의무를 포함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지 사변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관계에서 마주치는 삶의 실천적 문제들이기도 합니다.

『사랑, 그 혼란스러운』은 철학적 질문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정리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질문 자체가 우리를 더 깊은 이해로 이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유의 여정입니다.

뇌과학과 감정의 접점

프레히트는 사랑을 단지 철학적 개념으로만 다루지 않고,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의 성과를 통해 사랑의 ‘작동 방식’을 분석합니다. 사랑할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바소프레신 등의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활성화되며, 이는 쾌락, 애착, 중독, 안정감 등의 감정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기전은 사랑을 일종의 ‘신경적 환각’이라 정의할 수도 있게 만듭니다.

그는 특히 초기 사랑과 오래된 사랑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연애 초기에는 뇌의 보상 회로가 과도하게 자극받으며 흥분과 몰입이 높지만, 시간이 흐르면 안정과 유대의 회로가 작동합니다. 우리는 사랑이 식었다고 느끼지만, 사실 그것은 감정의 성격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사랑은 ‘감정의 진화’이기도 합니다.

또한 프레히트는 사랑이 얼마나 ‘인지적’인 감정인지도 지적합니다. 우리는 외모나 말투, 배경처럼 사회적으로 학습된 요소들에 영향을 받으며 사랑을 결정합니다. 즉, 사랑은 전적으로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기억, 학습, 문화적 코드의 영향을 받는 복합적이고 사회적인 감정입니다.

『사랑, 그 혼란스러운』은 사랑이라는 인간 감정이 어떻게 생물학적 본능과 사회적 구조를 넘나드는지를 탐구하며, 사랑의 작동 원리를 해부하는 정신과학적 탐사이기도 합니다.

현대 사랑의 위기와 재해석

프레히트는 사랑이 오늘날 왜 더 혼란스럽고 어려운 감정이 되었는지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설명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만큼 더 불안정하고 쉽게 소진되는 관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낭만적 사랑은 이상적으로는 여전히 추구되지만, 현실의 연애와 결혼은 계속해서 짧아지고 교체되며, 사랑의 의미는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디지털 문화와 소비주의가 사랑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데이팅 앱, SNS, 즉각적인 자극의 문화는 사랑의 깊은 감정보다 표면적인 매력과 즉각적인 반응을 중시하게 만들고, 사람들은 관계에서 감정적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랑이 연결이 아닌 선택과 비교, 대체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프레히트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깊이 있는 감정의 회복’을 제안합니다. 사랑은 신비하거나 운명적인 감정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 배려,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사랑은 완성된 감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사랑, 그 혼란스러운』은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 왜 더 복잡해졌는지를 다층적으로 해석하며,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듭니다.

 

-마치며

『사랑, 그 혼란스러운』은 사랑이라는 인간의 가장 강렬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철학, 과학, 심리학의 시선으로 탐색하며 그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사랑이 반드시 논리적이어야 한다거나 언제나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에서 벗어나, 사랑이 가진 불안정성과 모순, 그리고 그 안의 인간다움을 사유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싶은 사람, 감정과 이성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독자, 그리고 관계 속 혼란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자기 이해와 감정 이해를 위한 철학적 도구를 제공합니다. 『사랑, 그 혼란스러운』은 사랑에 관한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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