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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추한 것』 : 추함의 미학, 감춰진 몸과 문화의 경계, 아름다움의 반대편에서

by kdsnews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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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추한 것』은 병리학자이자 철학자인 F. 곤살레스 크루시가 ‘추함(ugliness)’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미와 추, 가시성과 은폐, 문화적 위계의 문제를 심도 있게 사유한 미학적 에세이입니다. 그는 고전적 미의 범주에서 밀려난 것들, 예술에서 배제된 신체와 고통, 현대사회가 시각적으로 억압하는 이미지들을 철학적으로 조망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 사이의 윤리적 긴장을 성찰합니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추한 것』은 아름다움에 중독된 사회에 던지는 철학적 질문이자, 예술과 인간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깊고 낯선 미학의 여정입니다.

추함의 미학

크루시는 아름다움이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만큼, 추함도 문화적 구성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추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교육, 미디어를 통해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한지를 학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고대 철학에서부터 현대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추함’이 어떻게 정의되고 억압되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그는 미학에서 배제된 것들, 즉 늙음, 병듦, 상처, 고통, 죽음 같은 인간적 조건들을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삶의 본질과 가장 가깝지만, 사회는 그것들을 외면하고 은폐합니다. 아름다움은 자주 이상화되고, 추함은 현실로부터 유리됩니다. 이 단절이 곧 인간 존재의 일부를 소외시키는 문화적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크루시는 또한 추함이 예술에서 강력한 진실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고통받는 신체, 불완전한 모습, 혼란스럽고 불쾌한 이미지 속에서 우리는 보다 진실한 감정과 실존적 울림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학이 반드시 쾌락적일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불편함을 통해 더 깊은 사유와 감정이 유발될 수 있다고 봅니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추한 것』은 추함이라는 경계 너머의 미학을 제안하며, 진정한 예술과 인간성은 감추어진 것들에 대한 용기 있는 응시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감춰진 몸과 문화의 경계

크루시는 특히 신체에 대한 문화적 태도에 주목합니다. 현대 사회는 특정한 신체만을 이상화하며 그 외의 몸들을 철저히 배제하거나 왜곡합니다. 여기에는 나이든 몸, 장애를 가진 몸, 비만하거나 병든 몸, 그리고 성적 다양성을 가진 몸들이 포함됩니다. 이 몸들은 대중 미디어나 공적 공간에서 ‘보이지 않도록’ 다뤄집니다.

그는 이러한 배제가 단지 미학적 기준의 문제를 넘어 존재의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고, 결국 사회에서 잊혀집니다. 이는 곧 사회의 다양성과 인간의 복합성을 억누르는 방식이 됩니다. 크루시는 ‘몸의 감추어짐’이 사회적 억압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분석합니다.

저자는 또한 해부학자이자 병리학자로서 의학의 시선이 몸을 바라보는 방식과 예술이 신체를 형상화하는 방식의 차이를 비교합니다. 의학은 신체를 기능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으로 다루며, 예술은 그 위에 감정과 의미를 덧씌웁니다. 하지만 두 시선 모두 ‘정상’이라는 전제를 공유하며, 비정상적인 몸은 자주 무시되거나 기괴하게 재현된다고 지적합니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추한 것』은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진 신체와 그 배제의 역사를 의학적 통찰과 미학적 분석을 통해 교차시킴으로써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몸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아름다움의 반대편에서

크루시는 추함이 단순히 아름다움의 부정이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추함을 통해서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으며, 그 대비 속에서 감각은 더 뚜렷한 긴장감을 가집니다. 즉, 미는 항상 추를 내포하며, 그 경계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는 또한 아름다움이란 고정된 이상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교란되는 감각적 체험이라고 봅니다. 고전주의적 미의 기준은 20세기 이후의 아방가르드 예술이나 현대 시각예술에서 이미 해체되었고, 오늘날 아름다움은 더 이상 단일한 형태나 감정에 귀속되지 않습니다. 추함 역시 새로운 미적 경험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예술은 바로 이 긴장 위에서 작동합니다. 크루시는 현대 예술에서 불쾌하고 거칠며 혐오스러운 이미지들이 단지 자극적이거나 파괴적인 목적이 아닌, 새로운 감각의 영역을 탐색하고 기존의 미의 범주를 확장하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미학은 감정의 복잡성과 존재의 다양성을 더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추한 것』은 아름다움이 감각의 완성이라면, 추함은 그 감각을 흔들고 질문하게 만드는 철학적 자극임을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마치며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추한 것』은 우리가 외면해온 추함이라는 감각을 통해 아름다움, 인간성, 시선, 윤리에 대해 다시 묻는 깊이 있는 미학적 성찰입니다. F. 곤살레스 크루시는 철학자이자 병리학자로서 몸과 감정, 시선과 권력의 문제를 날카롭고도 시적인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이 책은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에 질문을 던지고 싶은 독자, 예술과 윤리, 감각과 존재에 대해 복합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문학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추한 것』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는 용기, 그리고 추함을 통해 아름다움을 다시 사유하는 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미학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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