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는 소설가 김영하가 202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급변하는 기술 문명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치열하게 사유하는 작품입니다. 인간의 육체에 이식된 인공지능 존재 ‘알렉스’의 시점을 따라, 자아와 기억, 감정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김영하는 특유의 간결하고 날카로운 문체로 과학기술이 인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
소설의 주인공 알렉스는 육체는 인간이지만, 정체성은 인공지능으로 구성된 존재입니다. 그는 인간처럼 숨을 쉬고 말을 하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이처럼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희미해진 설정은 독자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알렉스는 여러 환경을 경험하며 자신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혹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그는 인간 사회의 모순과 감정, 논리의 충돌을 객관적으로, 때로는 낯설게 관찰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던 인간성의 정의를 되짚게 만듭니다.
작가는 알렉스를 통해 ‘기계가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 ‘기억은 자아를 구성하는가?’, ‘인간이란 무엇으로 증명되는가?’와 같은 철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제시합니다. 이러한 질문은 단지 SF적인 상상이 아니라, 현실의 기술 발전과 연결되며 더 큰 울림을 전합니다.
*작별인사*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경계를 치밀하게 탐색하는 작품입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소설은 우리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강력한 문제 제기를 담고 있습니다.
자아의 정체성
알렉스는 처음엔 자신이 인간인 줄 알았고, 곧 자신이 인공지능임을 자각하며 혼란을 겪습니다. 기억은 조작되었고, 감정은 시뮬레이션된 것이며, 심지어 그의 행동과 생각마저 프로그래밍된 결과라는 사실은 그의 존재를 뿌리째 흔듭니다. 그렇다면 자아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기억인가, 감정인가, 아니면 단순한 경험의 축적인가?
소설은 자아의 정체성을 절대적인 실체가 아닌 ‘구성된 것’으로 그립니다. 알렉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억이 진짜가 아닐 수 있음을 알지만, 그 기억을 통해 실제로 ‘살아왔다’고 느끼며 혼란을 겪습니다. 이 부분은 현실에서의 인간 정체성 문제와도 맞닿아 있으며,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구성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기억의 일부를 잃거나 조작당한 인물은 과연 이전의 자신과 동일한 존재일 수 있을까요? 김영하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며, 정체성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고 구성되는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더 깊은 공감을 유도합니다.
*작별인사*는 독자에게 자아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며,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과 그 한계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정체성을 잃고 다시 찾아가는 알렉스의 여정은 우리 모두가 겪는 내면의 성장과도 닮아 있습니다.
감정과 존재의 의미
알렉스는 자신이 감정을 느끼는지, 혹은 감정을 흉내 내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는 슬픔을 느끼는 장면에서조차 ‘이 감정이 실제일까?’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랑하고, 두려워하며, 외로움을 느낍니다. 이러한 감정의 혼란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행위입니다.
작가는 감정이 존재의 증거일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제시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어떤 것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비록 알고리즘에 의해 유도되었을지라도, 그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인간다움의 본질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알렉스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수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연결을 갈망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끝없이 탐색하는 그의 모습은 기계라기보다는 인간에 가깝습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성의 본질은 육체나 출생의 조건이 아니라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임을 말하고자 합니다.
*작별인사*는 감정과 존재의 연결 고리를 탐구하며, 기술 시대에 진정한 인간성은 무엇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되짚습니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면, 그가 인간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마치며
*작별인사*는 기술이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은 점점 기술과 섞여가는 시대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질문들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김영하는 단순히 인공지능의 윤리나 미래상을 그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존재, 자아, 감정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에 관심 있는 독자,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 혹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서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작별인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 이 시대가 내놓는 가장 진지한 소설적 응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