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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하얼빈* : 안중근의 결심과 고독, 역사 속 개인의 서사, 존재를 건 자유의지

by kdsnews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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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은 소설가 김훈이 202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내면과 그 여정을 밀도 깊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김훈은 특유의 간결하고 묵직한 문장으로, 역사 속 인물의 이념과 감정, 결단과 고독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소설은 단지 한 인물의 전기가 아니라, 한 인간이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밀어붙였는지를 성찰하는 문학적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중근의 결심과 고독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 안중근입니다. 그러나 김훈이 그리는 안중근은 단순한 ‘의거의 영웅’이 아닙니다. 그는 밤낮으로 고민하고, 끊임없이 자문하며, 자신의 결단이 향할 방향과 결과를 철저히 인식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총은 단지 분노의 표현이 아니라, 사상과 신념이 끝까지 응축된 선택의 산물입니다.

김훈은 안중근의 내면을 따라가며,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독, 망설임과 확신 사이의 긴장을 절제된 문장으로 그려냅니다. 안중근은 대의를 품었지만, 그 대의는 실현 가능성이 낮고 그 자신을 죽음으로 이끌 수밖에 없는 길이었기에 그 결심은 더욱 비장하게 다가옵니다.

하얼빈 역에서 방아쇠를 당긴 순간까지 그의 사유와 감정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흔들리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입니다. 그 선택은 단순한 복수도 아니고, 감정적인 폭발도 아닌, 한 인간의 정치적·도덕적 결단이었습니다. 이 점에서 김훈의 안중근은 더욱 인간적이고, 더 위대합니다.

*하얼빈*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책 속 한 줄의 ‘의거’를 피와 숨결이 깃든 삶의 이야기로 재조명하게 만듭니다. 김훈은 그를 신화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결단의 무게를 온전히 담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역사 속 개인의 서사

김훈은 안중근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통해, 역사 속 개인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대에 휘둘리고, 그 물살에 휩쓸려 사라져갑니다. 그러나 안중근은 그 시대를 직시하고, 거스를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방식대로 역사의 물결에 발자국을 남깁니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의 결과보다 그 선택을 한 인간의 내면에 주목합니다. 무엇이 그를 움직였는지, 그는 왜 타협하지 않았는지, 왜 죽음을 받아들였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이를 통해 안중근은 단지 ‘순국선열’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한 한 명의 자유로운 인간으로 떠오릅니다.

소설은 조국의 독립이라는 이상 속에 살아간 수많은 청년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들은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역사를 움직인 결정적 존재들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그런 개인들의 의지와 고통, 결국은 삶 전체를 품은 문학적 위로입니다.

*하얼빈*은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합니다. 기록의 바깥에서 살아간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빛난 선택의 순간들을 이야기로 담아내며, 문학이야말로 진짜 역사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존재를 건 자유의지

김훈은 *하얼빈*을 통해 자유의지를 실현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안중근은 현실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었고, 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는 자신의 의지를 선택합니다. 그 선택이 삶의 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품었습니다.

소설 속 안중근은 의열을 꿈꾼 혁명가이자, 신념으로 삶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사상가입니다. 그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그 끝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예감합니다. 이것이 김훈이 말하는 ‘존재를 건 자유의지’입니다.

작가는 그런 안중근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의지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하얼빈*은 어떤 강요도 없이, 독자의 가슴에 천천히 내려앉는 질문으로 남습니다. 존재는 선택이고, 선택은 책임이며, 그 책임은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문학적 진실이 이 소설 속에 고요히 흐릅니다.

 

-마치며

*하얼빈*은 역사적 위인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강렬하고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김훈은 절제된 문체로 격정적인 시대를 살아낸 인물을 다루며, 역사와 개인, 사명과 고독, 신념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이 책은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 독자, 역사 속 인간의 고뇌와 결단을 문학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신념의 힘을 느끼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하얼빈*은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소설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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