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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중독』 : 중독의 뇌 과학적 구조, 중독 경험의 서사와 상처, 회복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by kdsnews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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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심리학자 러너 크로지어와 시인 패트릭 레인이 공동 저술한 책으로, 중독이라는 복잡하고도 민감한 주제를 과학과 인간의 관점에서 동시에 풀어낸 작업이다. 크로지어는 중독의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을 해설하고, 레인은 자신의 알코올 중독 경험과 가족사 속에서의 트라우마를 고백한다. 이 책은 중독이 단순히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의 변화와 감정적 상처가 맞물려 형성되는 ‘삶의 총체적 문제’임을 강조한다. 과학과 문학, 두 시선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이 책은 중독을 이해하고 회복을 이야기하려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중독의 뇌 과학적 구조

러너 크로지어는 중독이 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쾌락과 동기를 조절하는데, 약물이나 알코올은 이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자극해 뇌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뇌는 반복된 자극에 적응하면서 ‘보통의 자극’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사용량이 늘어나고, 통제가 어려워진다. 이 과정을 통해 중독은 생리적으로 고착된다.

특히 그는 중독이 단지 약물 자체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얻는 감정 상태, 즉 불안을 줄이거나 슬픔을 잊게 만드는 상태에 대한 집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뇌는 불편한 감정을 해소해주는 방법으로 약물을 기억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그것을 찾게 된다. 이처럼 중독은 신체 반응이자 감정 반응이다.

그는 또한 청소년기와 청년기 뇌의 미성숙성이 중독 취약성과 밀접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 시기의 뇌는 쾌락에 민감하면서도 위험 조절 능력은 약하기 때문에, 이른 나이에 접한 약물은 뇌의 회로에 더 강력한 흔적을 남긴다. 예방 교육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중독』은 뇌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중독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하며, 그것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반응임을 분명히 한다. 이 점은 중독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하다.

중독 경험의 서사와 상처

패트릭 레인은 시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중독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는 술이 단지 쾌락의 도구가 아니라, 아버지의 폭력, 어린 시절의 상실, 시인으로서의 고독과 맞물리며 삶 전체에 스며든 존재였다고 고백한다. 그의 이야기는 중독이 단순히 물질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고통과 외로움의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레인은 자신의 글에서 중독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그는 그 시절의 자신이 치료를 거부했던 이유가 단지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유일하게 감정을 무디게 해주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고백은 중독을 비난의 시선이 아닌 공감의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는 또한 회복이라는 단어에 기대되는 깨끗함이나 완전함이 중독자들에게는 때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회복은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아주 작은 선택과 반복의 연속이다. 중독자는 회복과 재발을 오가며 자신을 재구성해 나간다.

『중독』은 생존을 위해 중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중독을 윤리적 타락이 아닌 존재적 고통의 표현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는 중독자에 대한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복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이 책은 중독에서의 회복을 단순히 약물을 끊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회복은 자기 이해와 관계 회복, 사회적 연결의 복원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과정이다. 크로지어는 회복이 ‘자아의 회복’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독이 자아를 무너뜨리는 과정이었다면, 회복은 자아를 다시 붙잡는 과정이다.

회복의 시작은 ‘문제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단순히 “나는 중독자다”라는 고백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고백이 무력감이 아니라, 변화의 열망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개인에게 심리적 지지와 사회적 시스템이 함께해야 한다. 혼자서는 회복이 매우 어렵다.

또한 공동체와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중독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안전한 환경과 반복적인 지지이다. 실수와 재발이 있어도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때, 회복은 지속 가능해진다. 이 점에서 저자들은 중독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독』은 회복을 실패 없는 완치의 길이 아니라, 수많은 질문과 선택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인간적인 과정으로 묘사한다. 회복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그것을 돕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한다.

 

-마치며

『중독』은 중독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뇌과학과 인간의 이야기, 두 축을 통해 입체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러너 크로지어는 중독의 생리적, 심리적 작동 원리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패트릭 레인은 그 안에서 고통받는 한 인간의 경험을 서사로 풀어낸다. 이 두 시선이 만남으로써 독자는 중독을 더 깊고 넓은 시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 그 가족들, 상담과 치유에 관심 있는 독자, 그리고 인간의 심리와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중독』은 중독을 비판의 시선이 아닌 이해와 회복의 가능성 속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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