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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쌤통의 심리학』 : 질투와 정의감의 이중성,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마음, 부끄러운 감정의 진짜 얼굴

by kdsnews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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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통의 심리학』은 심리학자 리처드 H. 스미스가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묘한 쾌감”이라는 불편한 감정의 실체를 정직하고도 과학적으로 탐구한 사회심리학 책입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가 실패하거나 망신당할 때 속으로 ‘쌤통이다’라고 느끼지만, 그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기 꺼립니다. 스미스는 이러한 감정의 뿌리를 파고들며,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질투, 조롱, 죄의식 같은 복잡한 심리적 반응을 실험과 사례, 문화 비교를 통해 정교하게 분석합니다. 『쌤통의 심리학』은 불편한 감정일수록 더 깊이 들여다봐야 우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심리학의 힘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질투와 정의감의 이중성

스미스는 우리가 누군가의 실패를 보며 쾌감을 느끼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질투’와 ‘공정성 감각’을 꼽습니다. 특히 자신보다 더 나은 성과를 이루었거나,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불운이 닥쳤을 때, 우리는 단순한 질투를 넘어 마치 ‘세상이 균형을 회복한 듯한’ 기묘한 만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감정은 ‘정의가 실현됐다’는 인식과 결합될 때 정당화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심리는 사회적 비교 속에서 강화됩니다. 우리는 늘 타인의 성공과 나의 처지를 비교하며 자존감을 조정합니다. 그래서 나보다 더 잘나가는 이가 실패하거나 망신당할 때 상대적으로 내 위치가 ‘올라간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상대적 자아 상승 효과’입니다.

스미스는 여기에 ‘도덕적 평가’가 결합될 때 쌤통심리가 가장 강하게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그 사람은 원래 좀 건방졌잖아”, “뭔가 나쁜 짓 했던 사람인데 잘 됐다”라는 이야기가 덧붙여지면 우리는 죄책감 없이 그들의 추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심리는 소셜 미디어 상의 악플, 댓글 문화, 연예인의 몰락 같은 대중적 쾌감으로 이어집니다.

『쌤통의 심리학』은 질투와 정의감이라는 모순된 감정의 결합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빈번히 작동하며, 그 이면에 어떤 심리적 보상 욕구가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마음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독일어로 “남의 불행에서 오는 기쁨”을 의미하는 단어로, 스미스는 이 감정을 ‘인간 본성의 어두운 반영’이자 ‘사회적 진화의 산물’로 봅니다. 경쟁적인 사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실패는 곧 나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며, 공동체 내 위계 구조를 조정하는 심리적 도구로 작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즉, 이는 이기심의 표현이자 집단 내 질서 유지를 위한 본능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스포츠, 정치, 연예계 등 다양한 사회 현상 속에서 이 감정이 어떻게 공적 담론으로 번역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우리는 경기에서 라이벌 팀이 지거나, 논란 많은 정치인이 실각할 때, 공공연히 ‘쌤통’이라 말하며 즐거워합니다. 이때 감정은 단순한 개인적 질투를 넘어 집단 감정으로 증폭되며 ‘정당한 감정’으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미스는 이 감정이 언제나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지나친 샤덴프로이데는 공감 능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연대를 약화시키고, 결국엔 나 자신도 언제든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을 남깁니다. 타인의 불행을 너무 자주 즐기다 보면 내면의 취약함과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쌤통의 심리학』은 이 불편한 감정을 부정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내면의 심리적 복잡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부끄러운 감정의 진짜 얼굴

스미스는 샤덴프로이데뿐 아니라 수치심, 조롱, 쾌감, 동정심 등 서로 상충되는 다양한 감정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우리는 남을 조롱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죄책감을 완화시키고, 우월감을 느끼면서도 내면의 불안을 덮으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작동시킵니다. 이러한 감정은 ‘사회적 감정의 그늘’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없이는 다루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는 대중문화와 코미디, 드라마 속 장면들을 예로 들며 ‘누군가 망가질 때 웃는’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코미디에서 누군가 넘어지거나 실수할 때 터지는 웃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경쟁자가 탈락할 때 느끼는 안도감, 이 모든 것이 인간 감정의 이중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감정은 부끄럽지만 흔하고, 때로는 해소의 통로이기도 합니다.

스미스는 이 감정들을 억누르기보다는 ‘이해하고 활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내가 언제,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를 살펴보면 자기 인식의 수준이 깊어지고, 더 성숙한 감정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우리는 이 감정을 통해 사회적 기준과 자기 자존감의 작동 방식을 직시하게 됩니다.

『쌤통의 심리학』은 가장 부끄럽지만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심리학적으로 탐색하고, 그 감정을 삶의 자각 도구로 전환할 수 있는 지적인 안내서입니다.

 

-마치며

『쌤통의 심리학』은 ‘인간은 왜 남의 불행에 웃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심리학의 언어로 깊이 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리처드 H. 스미스는 감정의 이면을 파헤치면서도 비난하거나 도덕적 판단에 치우치지 않고, 오히려 그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자기감정의 복잡성을 성찰하고 싶은 사람, 심리학적 자기이해에 관심 있는 독자, 그리고 감정의 작동 원리를 지적으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 유익하고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쌤통의 심리학』은 웃음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인간 이해로 나아가게 만드는 지성적 감정 수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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