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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술에 취한 세계사』 : 고대 문명의 술 문화, 권력과 음주의 정치, 인류가 술에 담은 이야기들

by kdsnews 2025.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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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세계사』는 유쾌하고 지적인 글쓰기로 잘 알려진 마크 포사이스가 술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흥미롭게 풀어낸 역사 교양서입니다. 그는 고대 수메르에서 현대의 바(bar) 문화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와 문명 속에서 술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졌으며, 어떻게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었는지를 유머와 풍자, 정교한 문헌 인용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단순히 술의 역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역사적 시선으로 통찰한 책입니다. 『술에 취한 세계사』는 가벼운 듯 깊고, 웃음 속에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독창적인 인문학적 탐험입니다.

고대 문명의 술 문화

포사이스는 인류의 역사에서 술은 단지 기호식품이 아니라 문화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였다고 말합니다. 고대 수메르인들은 맥주를 신성한 음료로 여겼고,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종교적 의식의 일부였습니다.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술이 등장하고, 성직자들은 술 제조법을 연구하며 그 과정을 신과의 대화로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술은 단지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계관을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이집트의 술 문화 역시 흥미롭습니다. 노예들과 노동자들에게는 맥주가 일상의 주식처럼 제공되었으며, 왕족들은 포도주를 즐기며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술은 계급 간 위계, 축제와 장례, 전쟁과 평화의 순간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문명은 술 없이 설명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피라미드를 건설한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맥주와 빵은 그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자원이었습니다.

포사이스는 중국, 인도, 중남미 문명에서도 술이 갖는 의미를 재조명합니다. 예를 들어 고대 중국에서는 술이 제례 의식의 중심에 있었으며, 상나라 왕조는 술에 중독되어 멸망했다는 이야기가 기록으로 전해집니다. 마야 문명에서는 환각 성분이 있는 발효 음료를 종교적 트랜스를 위한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술은 단순히 음료가 아니라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였습니다.

『술에 취한 세계사』는 고대 문명에서 술이 단순한 유흥이나 소비가 아니라 신성, 정치, 노동, 제의 등 삶의 모든 층위에 걸쳐 있었음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권력과 음주의 정치

중세 이후, 술은 더욱 명확하게 정치와 권력의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합니다. 포사이스는 특히 고대 로마와 잉글랜드 왕실, 러시아의 차르 체제 등을 중심으로 정치와 음주가 어떻게 교차했는지를 묘사합니다. 연회는 단지 식사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권력과 동맹, 음모와 배신이 오가는 정치 무대였다는 것입니다. 술을 얼마나 잘 마시고, 어떻게 마시느냐는 지배자의 품격을 결정짓는 척도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중세 유럽의 궁정 문화에서 연회와 음주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였음을 강조합니다. 왕은 적당히 술에 취한 채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신하들의 충성을 이끌어냈고, 때로는 술자리에서 불쑥 결혼이나 전쟁이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전략과 알코올의 결합은 의외로 치밀하고 계산된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심지어 음주를 이용해 상대를 교란시키는 전략도 존재했습니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자신이 직접 술을 따르며 연회를 주도하던 인물로, 음주를 통해 권위를 강화하고 두려움을 조성했습니다. 술은 통치 수단이자 인간 심리를 장악하는 정치적 심벌로 작용했습니다. 포사이스는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다루지 않고, 권력과 통제의 구조 속에서 술의 위치를 꼼꼼히 추적합니다.

『술에 취한 세계사』는 음주라는 사소한 일상이 역사의 흐름과 권력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재치 있게 해석하며, 술이 단지 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인류가 술에 담은 이야기들

마크 포사이스는 인간이 술에 집착해온 이유를 단지 기분 좋은 취함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류는 술에 다양한 이야기와 상징을 담아 공동체의 문화를 만들고, 정체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는 공간은 단순한 유흥의 공간이 아니라 기억, 서사, 우정, 갈등이 얽힌 작은 사회의 축소판이었습니다.

그는 특히 술과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들— 건배의 유래, 잔 돌리기의 의미, 술자리에서의 대화 기술— 이 모두가 문화를 이루는 구성 요소임을 설명합니다. 술자리는 인간의 감정과 욕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곳이며, 그 안에는 유쾌한 농담부터 진지한 고백, 때로는 혁명의 씨앗까지 모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술에 실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듭니다.

또한 그는 바(bar) 문화의 역사도 흥미롭게 다룹니다. 고대의 선술집부터 현대의 펍, 카페까지 술을 마시는 공간은 시대마다 다른 기능을 했습니다. 어떤 때는 정치적 모임의 장소였고, 어떤 때는 금지된 사랑의 은신처였으며, 또 어떤 때는 단순한 소외의 해방구였다는 점에서 ‘술자리’는 늘 사회의 거울이었습니다.

『술에 취한 세계사』는 술을 통해 인간이 만든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세대를 넘어 어떻게 문화를 형성해 왔는지를 탁월한 유머와 통찰력으로 그려낸 책입니다.

 

-마치며

『술에 취한 세계사』는 ‘술’이라는 일상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고대 문명에서 현대 사회까지 이어지는 인간 문화의 흐름을 재치 있고 날카롭게 해석한 역사 인문서입니다. 마크 포사이스는 위트 있는 문장과 풍부한 사례로 술이 단지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정치, 신화, 문화의 중심에서 작동해왔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역사와 문화를 색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은 독자에게 기분 좋은 지적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술에 취한 세계사』는 웃으며 읽다 보면,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 본성과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유쾌한 인문학 여행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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