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는 제럴드 피어리가 엮은 인터뷰 모음집으로, 타란티노 감독이 직접 자신의 영화관, 창작 철학, 영화적 취향에 대해 말한 내용을 통해 그의 독특한 미학과 인물로서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타란티노 본인의 목소리를 통해 그가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작품에 어떤 감정과 의도를 담아내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감독이라는 타이틀 이전에 영화광으로서의 타란티노가 어떻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는지를 가장 진솔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영화광에서 감독으로
쿠엔틴 타란티노는 정식 영화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그는 비디오 가게 점원 시절 수천 편의 영화를 보며 영화적 감각을 키워나갔다. 그는 영화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의 초기 성장기를 다루며 영화를 향한 그의 집착과 열정이 어떻게 창작의 자양분이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타란티노는 고전 누아르, 홍콩 무협, 이탈리아 스파게티 웨스턴, 70년대 B급 슬래셔까지 온갖 장르와 스타일을 흡수하며 자신만의 영화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자신이 진짜 영화 덕후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고, 그 열정은 결국 『저수지의 개들』과 『펄프 픽션』 같은 새로운 장르 영화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감독이 되기 전부터 그는 이미 머릿속에 수백 편의 영화가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종종 "나는 영화를 보고 그대로 기억해 두었다가, 내 식으로 다시 찍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그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에서는 표절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타란티노는 자신이 오마주와 리믹스의 장인임을 스스로 인정하며, "진짜 창작은 어떻게 섞고 변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가 어떻게 영화라는 매체에 매혹되었고, 그 열정이 어떻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으로 이어졌는지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타란티노 스타일의 탄생
타란티노는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해체하는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플롯을 비선형으로 구성하며, 대화와 침묵, 음악과 폭력을 기묘하게 엮어 타란티노 특유의 ‘영화적 쾌감’을 만들어낸다. 그가 직접 밝히는 창작 비화와 스타일의 기원은 이 책에서 매우 흥미롭게 다뤄진다.
그는 장면마다 ‘장르적 문법’을 의도적으로 혼합한다. 예를 들어, 『킬 빌』에서는 일본 사무라이 영화와 애니메이션, 스파게티 웨스턴이 동시에 뒤섞인다. 이런 구성은 단순한 혼합이 아니라, 장르를 ‘타란티노적으로’ 재해석하고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그는 익숙한 장면조차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대사는 그의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다. 『펄프 픽션』이나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처럼, 일상적이고 무의미해 보이는 대화가 인물의 정체성과 긴장감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는 “진짜 대사란, 관객이 이해하지 못해도 귀에 남는 말이다”라고 말하며, 리듬과 억양, 반복을 통한 대사의 미학을 추구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러한 독특한 연출법과 구성 방식이 어디서 출발했고,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그의 말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창작 노트이기도 하다.
인터뷰로 읽는 창작자의 내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타란티노 본인의 언어로 자신의 작품과 세계관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제럴드 피어리는 그와 여러 시기의 인터뷰를 엮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생각, 고집스럽게 유지되는 신념, 새롭게 생겨난 영화적 야망 등을 하나의 인물 스토리처럼 엮어낸다.
인터뷰는 종종 영화보다 더 진솔하다. 타란티노는 영화 제작의 고충, 배우들과의 에피소드, 비평가들과의 갈등 등도 숨김없이 말한다. 자신이 직접 편집하고 촬영을 감독하며, 모든 대사를 집필하는 그의 집착적 창작 방식이 어떻게 그의 영화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독자들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비판, 예컨대 폭력적인 장면, 인종적 코멘트, 여성 캐릭터의 활용 등에 대해 때로는 정면 돌파하고, 때로는 회피하거나, 때로는 유쾌하게 농담으로 넘긴다. 이러한 언어적 유연함은 그를 단순한 감독이 아닌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든 요소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를 잘 아는 팬은 물론, 그에 대해 궁금했던 이들에게 가장 인간적인 타란티노를 만날 수 있는 통로다.
-마치며
『쿠엔틴 타란티노』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철학과 감각, 열정과 야망을 그의 직접적인 언어로 확인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록물이다. 제럴드 피어리는 인터뷰를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고 확장되어 왔는지를 맥락 있게 보여주며, 감독이자 작가, 그리고 영화광으로서의 타란티노를 완성도 높게 담아낸다.
이 책은 창작에 대한 통찰이 필요한 영화학도, 감독의 작업 세계를 알고 싶은 창작자, 그리고 타란티노를 사랑하거나 그를 통해 영화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탁월한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라는 예술이 어떻게 한 사람의 집요한 열정과 집착으로 새로운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