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중독과 약물 사용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는 작가 오후의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마약’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공포와 혐오, 오해의 상징으로 고착되었는지를 섬세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해부합니다. 단순히 마약의 실체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 법제도, 언론의 태도, 그리고 중독자 개인의 서사까지 다각도로 조망합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우리는 마약을 두려워하면서도 진정으로 이해한 적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마약에 대한 성찰이 곧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마약에 대한 무지와 공포
오후는 우리가 마약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그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는 언론과 교육,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막연한 공포와 왜곡에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약에 대해 ‘일단 위험하고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무지가 편견을 낳고, 편견은 공포를 강화합니다.
그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마약에 대한 ‘무조건적 금기’ 분위기가 합리적 대화를 막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대마초나 처방약 남용과 같은 주제는 과학적, 의학적 논의보다는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만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약물에 대한 공공의 이해는 더욱 협소하고 감정적으로 굳어집니다. 우리가 마약을 ‘악’으로 고정시키는 순간, 그 너머의 맥락과 구조는 사라집니다.
오후는 마약을 위험에서 완전히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마약은 극도의 중독성과 해로움을 지니지만, 모든 마약이 동일한 위험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의학적 사용이나 규제의 방식에 따라 사회적 영향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 공포가 아닌 합리적 이해입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우리가 진짜로 마약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무서워하고 혐오하는 현실을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중독에 대한 오해
책의 중심 화두 중 하나는 ‘중독자는 왜 중독에 빠지는가’입니다. 오후는 중독을 의지력 부족이나 도덕적 결함으로 보는 시각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는 중독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심리적 상처, 사회적 고립, 구조적 불평등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가 만들어낸 생존 전략으로 바라봅니다. 중독은 감정의 표현이자, 고통을 잠시나마 지우기 위한 시도입니다.
우리는 흔히 “그냥 끊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로 중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만, 중독은 단지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독은 뇌의 보상 시스템, 감정 조절 기능, 사회적 연결망 등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는 ‘질환’이며, 동시에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그가 처한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오후는 또한 회복의 과정이 단순히 약을 끊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해, 사회적 관계의 복원, 존재의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독은 치료될 수 있고, 중독자도 존엄한 존재이며, 그들의 서사 역시 사회 안에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중독자에게 너무 많은 낙인을 씌우고, 너무 적은 이해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중독을 바라보는 기존의 도식적 시선을 걷어내고,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의 고통과 절규, 회복 가능성**을 따뜻한 언어로 풀어냅니다.
사회가 중독자를 대하는 방식
오후는 이 책을 통해 중독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어떻게 그들을 더 깊은 고립으로 밀어넣는지를 비판합니다. ‘마약사범’, ‘약쟁이’, ‘범죄자’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회복 가능한 한 인간이 아니라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할 ‘오염된 존재’가 됩니다. 이러한 언어는 그들의 삶을 지워버리고, 돌아올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낙인은 회복의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그는 특히 언론과 법체계, 교육이 중독자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반복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재범률, 자극적인 사례, 유명인의 추락 같은 보도는 실제보다 왜곡된 이미지를 낳으며, 회복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믿음을 무너뜨립니다. 중독자는 교화의 대상이 아니라 감옥과 격리의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이 구조 안에서는 누구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책은 중독을 공공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예방, 치료, 사회복귀 시스템은 공공의 책임이어야 하며, 중독자는 법의 대상이기보다 돌봄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더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 없이 사회는 회복을 요구할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중독자를 ‘인간’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들며, 회복을 말하기 이전에 공감과 구조의 변화가 먼저 필요함을 알려줍니다.
-마치며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마약과 중독이라는 주제에 대해 도덕과 공포를 넘어서 정확한 이해와 공감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지적인 에세이입니다. 작가 오후는 차분한 문장과 체계적인 통찰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내 보이며, 그 무지 속에 감춰진 폭력과 침묵을 조용히 흔듭니다.
이 책은 중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성찰하고 싶은 사람,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회복적 시선을 배우고자 하는 독자, 그리고 ‘마약’을 둘러싼 복잡한 구조와 감정의 이면을 진지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입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두려움 뒤에 가려진 질문을 꺼내어 진짜 인간을 마주하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