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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왜? - 호기심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 호기심의 철학적 기원, 지식 욕망과 인간 본성, 질문이 이끈 문명의 진보

by kdsnews 2025.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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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 호기심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는 세계적인 독서가이자 문헌학자인 알베르토 망겔이 ‘호기심’이라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지적 충동이 어떻게 문명, 철학, 과학, 예술의 발전을 이끌어왔는지를 문학적 서사와 철학적 사유로 풀어낸 인문 교양서입니다. 망겔은 “질문하는 능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주장하며, ‘왜’라는 물음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연결시켜 왔는지를 역사적 사례와 개인적 성찰을 통해 천천히 짚어나갑니다. 『왜?』는 단순한 호기심 찬양이 아니라, 그 물음이 지닌 **불안과 용기, 저항과 자유의 의미**를 탐색하는 지적인 여정의 기록입니다.

호기심의 철학적 기원

알베르토 망겔은 호기심이 단지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본능’이 아니라, 철학의 가장 깊은 출발점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고백이야말로 인간 사유의 근원적인 태도였으며, 이 무지를 인정하는 순간부터 지식에 대한 열망이 진정으로 시작된다고 봅니다. 호기심은 결핍에서 출발하지만, 그 결핍은 인간을 멈추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그는 고대 철학자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를 인용하며 ‘놀라움(thaumazein)’이 철학의 기원이라는 주장에 무게를 둡니다. 즉, 인간은 세상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 앞에서 질문을 시작했고, 그 질문이 이어지며 논리와 추론, 신화와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호기심은 이성의 불꽃이자 혼란을 정리하려는 욕망이었습니다. 이로써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의미를 찾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망겔은 중세로 넘어가며 호기심이 억압되기 시작한 시기를 조명합니다. 당시 교회는 ‘지나친 질문’을 죄악시했고, 신앙과 신비에 대한 의심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일부 사상가들은 자기 안의 질문을 놓지 않았고, 그들이 바로 르네상스의 지적 기초를 닦았습니다. 호기심은 역사 내내 자유를 요구해왔고, 때로는 목숨을 건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왜?』는 호기심의 철학적 뿌리를 추적하며, 인간이 어떻게 질문하는 존재가 되었는지를 문명사적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지식 욕망과 인간 본성

망겔은 호기심이 단지 지식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자아 정체성과도 깊게 연결된다고 봅니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가장 오래된 철학적 질문이며, 모든 지식 체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이 무지를 견디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그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통해 다시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순환적 존재로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망겔이 호기심을 항상 긍정적인 것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식에 대한 욕망은 때때로 지배와 통제의 욕망으로 변질되기도 하며, 과학의 이름 아래 벌어진 전쟁과 실험, 기술의 오남용은 호기심의 어두운 그림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왜곡이 호기심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목적 없이 사용하는 인간의 도덕적 한계에 있다고 봅니다.

또한 그는 ‘책 읽기’라는 행위를 가장 대표적인 호기심의 실천으로 강조합니다. 책은 과거의 질문과 답을 담은 저장소이며, 독자는 그 질문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갑니다. 망겔에게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사유의 확장’이며 지식에 대한 예의이자 책임입니다.

『왜?』는 인간이 지식을 욕망하게 된 이유와 그 욕망이 어떻게 인간 존재 자체를 구성해왔는지를 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적 통찰로 풀어낸 책입니다.

질문이 이끈 문명의 진보

책의 후반부에서 망겔은 역사를 바꾼 대부분의 진보가 ‘질문’에서 시작되었음을 강조합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왜 태양이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도는 건가?”, 갈릴레오의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건 무엇인가?”, 마리 퀴리의 “이 물질은 왜 다른가?” 같은 과학적 돌파는 모두 기존의 설명에 대한 근본적 의심에서 나왔습니다. 문명은 대답보다 질문에 의해 진화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질문하는 능력이 점점 위축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정답 중심의 교육, 즉각적인 검색 결과에 익숙해진 정보 문화, 의심보다 확신을 강조하는 정치적 언어는 호기심을 억누르고, 질문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망겔은 질문 없는 사회는 사유가 멈춘 사회라고 말하며, 진정한 배움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또한 호기심이 개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다고 봅니다. 자기 견해를 의심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권력의 설명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문명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호기심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입니다.

『왜?』는 문명의 발전이 얼마나 호기심에 빚지고 있는지를 상기시키며, 다시 질문하고 사유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지적 격려의 책입니다.

 

-마치며

『왜? - 호기심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는 ‘질문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문명과 철학, 문학과 과학의 역사 속에서 풀어낸 탁월한 인문 에세이입니다. 알베르토 망겔은 단순한 호기심 찬양이 아니라, 그 감정이 어떻게 인간을 위험하게도, 또 아름답게도 만들었는지를 깊이 있게 성찰합니다.

이 책은 배움의 기쁨을 다시 느끼고 싶은 독자,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유자, 그리고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안내서입니다. 『왜?』는 우리가 왜 질문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되묻게 만드는 지성의 초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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