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회의주의 운동가인 마이클 셔머가 초자연 현상, 음모론, 사이비 종교, 대체 의학 등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믿음들이 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를 심리학과 인지과학, 사회역학의 관점에서 설명한 책입니다. 셔머는 단지 이러한 믿음들을 조롱하거나 배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배경에 존재하는 인간의 감정, 욕구, 오류 경향을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고, 과학적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지적 방어 교과서이자 회의주의적 인문서입니다.
비합리적 믿음의 심리 구조
마이클 셔머는 인간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를 무지나 교육 부족만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이러한 믿음이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우연한 패턴을 인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고, 무작위성을 견디기보다는 어떤 ‘의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음모론이나 미신, 초자연적 신념의 기초가 됩니다.
그는 이러한 인지적 오류를 ‘패턴성 오류’(patternicity)와 ‘의도성 착각’(agenticity)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예컨대, 구름 모양에서 얼굴을 본다든지, 기이한 병을 신의 벌로 해석한다든지 하는 경향은 진화적으로 인간이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인식 방식의 산물입니다. 즉, 비합리적 믿음은 어리석음의 결과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적응이 지나치게 활성화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특히 불안, 고립, 위기 상황에서 강하게 작동합니다. 인간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기 삶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근거 없는 신념이라도 붙들게 됩니다. 초자연적 힘, 음모 집단, ‘그들’에 대한 믿음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고, 정체성을 명확히 하며, 감정적 위안을 제공합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비합리적 믿음이 작동하는 심리적 토대를 해부함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믿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과학적 사고의 필요성
셔머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 중 하나로 ‘과학적 소양의 결핍’을 지적합니다. 단순히 과학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과학의 사고 방식, 즉 검증 가능성, 반증 가능성, 반복 실험의 중요성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정답을 알려주는 체계가 아니라, 거짓을 제거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비판적 사고의 근간이 됩니다.
그는 과학과 의사과학(pseudoscience)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법을 설명합니다. 예컨대, 과학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전제로 하지만, 사이비 과학은 반증 가능성이 없는 주장만을 반복합니다. 과학은 사실과 이론을 구분하며, 통제된 조건에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반면, 사이비 이론은 감정적 증언, 우연한 사례, 권위자 인용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셔머는 또한 사람들이 과학을 오해하는 지점도 설명합니다. 종종 과학은 너무 복잡하고 딱딱하다는 인식을 받지만, 실제로 과학은 인류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가장 성공적으로 사용해온 도구입니다. 과학은 삶의 불확실성을 견디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과학을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질문의 방법론’으로 이해하도록 이끕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믿고, 왜 믿는지를 더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비판적 사고를 위한 지침
마지막으로 이 책은 비판적 사고를 실제로 어떻게 훈련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안합니다. 셔머는 합리적 사고를 가로막는 ‘인지 편향’, ‘논리 오류’, ‘집단 사고’ 등을 설명하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그의 제안은 단지 학문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실천으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그는 “다양한 출처에서 정보를 얻되, 검증되지 않은 것에 쉽게 설득되지 말 것”, “불확실성을 견디는 인내심을 가질 것”,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열어둘 것”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지 지식의 태도가 아니라 민주적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비판적 사고는 곧 책임 있는 판단의 시작입니다.
또한 셔머는 지적 겸손함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회의주의의 미덕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주장에 회의하고, 모든 권위에 의심을 품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비판적 사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단지 이상한 믿음을 조롱하는 책이 아니라, 그 믿음을 통해 더 나은 사고의 태도를 모색하게 만드는 실용적인 철학서입니다.
-마치며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비합리적 믿음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회의주의적 사고의 중요성과 과학적 태도의 가치를 명료하게 전하는 책입니다. 마이클 셔머는 무지나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대신, 우리가 왜 그런 믿음을 갖게 되는지, 그 배경과 구조를 차근히 설명하며 더 나은 판단을 위한 길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음모론과 미신, 사이비 정보에 피로한 현대 사회에서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고 싶은 사람, 과학적 사고와 회의주의에 관심 있는 독자, 그리고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한 지적 무기를 제공합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책이자, 지성의 훈련을 위한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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