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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미각의 비밀』 : 혀로 느끼는 과학, 진화가 만든 맛의 지도, 감각과 욕망의 심리학

by kdsnews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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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비밀』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과학 저널리스트 존 매퀘이드가 쓴 미각의 본질에 대한 대중 과학서로,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감각 뒤에 숨어 있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진화적 메커니즘을 깊이 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저자는 인간이 맛을 느끼는 감각이 단순히 혀의 반응이 아닌, 두뇌, 감정, 기억, 환경, 문화가 결합된 복합적인 체험임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우리가 왜 단맛을 좋아하고 쓴맛을 꺼리는지, 왜 어떤 음식은 중독적으로 느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맛’이 마케팅과 식품 산업, 건강 문제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입체적으로 탐구합니다. 『미각의 비밀』은 일상의 가장 친숙한 감각인 ‘맛’을 통해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혀로 느끼는 과학

존 매퀘이드는 미각이란 단순히 혀에 있는 맛봉오리(taste bud)의 반응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혀는 기본적으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우마미) 다섯 가지 기본 맛을 인식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맛’은 후각, 촉각, 온도, 심지어 소리까지 결합된 복합적인 뇌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즉, 미각은 ‘혀의 감각’이 아니라 ‘두뇌의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를 막고 먹으면 음식의 풍미가 사라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입니다. 이것은 맛의 대부분이 후각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음식의 온도나 질감, 심지어 씹는 소리도 맛에 영향을 미칩니다. 바삭한 소리가 더 신선하고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감각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우리의 식경험을 완성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실험 사례를 통해 미각이 어떻게 조작되거나 왜곡될 수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색깔을 바꾼 와인이 맛이 달라 보이고,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음식이 덜 맛있게 느껴지는 등 우리는 쉽게 ‘맛의 착각’에 빠집니다. 이러한 현상은 맛이 뇌의 해석이라는 사실을 더욱 명확히 합니다. 미각은 객관적이기보다는 매우 주관적이며, 심리적으로 조정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미각의 비밀』은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맛'이라는 감각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복합적인 현상인지를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진화가 만든 맛의 지도

매퀘이드는 우리가 특정한 맛을 좋아하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단순한 개인 취향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단맛(에너지), 짠맛(전해질), 감칠맛(단백질)을 선호하고, 신맛(상한 음식), 쓴맛(독성물질)을 본능적으로 회피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즉, 미각은 생존을 위한 감각이었습니다.

예컨대 단맛에 대한 선호는 고대 수렵·채집 시대에 드물었던 당분을 최대한 섭취하려는 본능에서 기인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이 본능을 충족시키는 고칼로리 음식이 과도하게 넘쳐나는 환경이 되었고, 이로 인해 당뇨병, 비만 등 건강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여전히 구석기 시대의 식단에 적응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미각 진화가 환경과 문명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비틀어졌는지를 보여주며, 오늘날의 식습관과 식품 산업이 이 본능을 어떻게 자극하고 조작하는지를 설명합니다. 맛있는 음식은 더 많이 팔리기 때문에, 식품 산업은 우리의 본능을 활용해 강렬한 자극과 중독성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우리는 '맛있지만 해로운' 음식에 쉽게 끌리게 됩니다.

『미각의 비밀』은 맛이라는 감각을 통해 인간의 진화사, 식문화, 식품산업까지 넓고 깊은 시선으로 조망하는 지적 탐험서입니다.

감각과 욕망의 심리학

매퀘이드는 우리가 맛을 통해 단순히 생리적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 사회적 연결, 문화적 정체성까지 다양한 심리적 욕망을 충족시킨다고 말합니다. 어릴 적 먹었던 엄마의 국은 단지 맛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품고 있고, 특정 음식은 특정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맛은 감각이자 기억이며, 감정의 언어입니다.

또한 그는 음식이 어떻게 사회적 상징이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누구와 함께 먹느냐,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같은 음식도 전혀 다른 경험이 됩니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소속감을 확인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타인과 관계를 맺습니다. 맛은 ‘개인적인 감각’이 아니라 철저히 사회적인 감각입니다.

매퀘이드는 특히 현대인의 식습관이 마케팅, 스트레스, 감정 기복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지적합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심심하거나 외롭거나 지쳤을 때 음식을 찾으며, 맛은 그런 감정의 틈새를 채워주는 도피처가 됩니다. 이런 경향은 과식, 편식, 중독 등 심리적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맛은 욕망의 통로이기도 합니다.

『미각의 비밀』은 맛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왜 그토록 특정 음식을 갈망하는지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정교하게 풀어내며, 자기 이해의 중요한 열쇠로 ‘맛’을 제시합니다.

 

-마치며

『미각의 비밀』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지만 쉽게 지나치는 ‘맛’이라는 감각을 과학, 진화, 심리, 사회적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한 탁월한 교양서입니다. 존 매퀘이드는 흥미로운 사례와 실험을 통해 미각이라는 주제를 지적 호기심과 감각적 즐거움으로 이끌며, 우리의 입과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음식과 감각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 자신의 식습관과 감정 사이의 관계를 알고 싶은 사람,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맛’이라는 감각을 통해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놀랍고도 유익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미각의 비밀』은 혀에서 시작해 마음까지 닿는, 진정한 감각의 인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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