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진화』는 인류의 뇌가 현대 문명의 속도와 복잡성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구적 위기와 개인적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지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로버트 온스타인과 폴 어얼리는 인간의 뇌가 여전히 원시시대의 생존 조건에 맞춰 설계되어 있으며, 이러한 뇌가 현대 사회에서 편협한 시야, 단기적 사고, 공감 부족을 초래한다고 진단합니다. 그들은 진화와 환경의 불일치가 기후 위기, 분열, 무관심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감’이라는 감각을 재정립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임을 강조합니다. 『공감의 진화』는 인간의 뇌와 마음, 사회적 행동을 아우르며 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기 위한 인식의 진화를 제안하는 책입니다.
진화된 뇌와 변화하지 않는 사고
저자들은 인간의 뇌가 약 5만 년 전의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기술 중심의 복잡한 사회에는 불충분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생존을 위한 즉각적인 위협에는 잘 반응하지만, 장기적인 위기나 추상적인 정보에는 무감각하거나 부정확하게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후 변화, 핵 위협, 사회 불평등 등 현대적 문제에 대한 느린 반응성과 연결됩니다.
그들은 특히 뇌가 '즉각적 위험'에는 민감하면서도 ‘느리게 다가오는 위기’에 둔감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눈앞의 포식자나 식량 부족에는 빠르게 반응하지만, 온실가스의 누적, 생물다양성의 감소, 디지털 정보의 과잉 등은 위협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지적 불균형은 인류 전체가 직면한 위기를 악화시킵니다.
또한, 인간의 뇌는 집단 이기주의와 편향된 정보 수용에 취약합니다. 자신이 속한 무리의 이익에 집중하고,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며, 타자에 대한 적대감을 쉽게 키우는 방식은 과거 생존에는 유리했지만, 현대 사회에선 갈등과 불신을 확대하는 구조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사고 패턴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저해하는 핵심 원인이 됩니다.
『공감의 진화』는 인류가 진정으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뇌의 진화적 한계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정보처리 방식과 감정 관리, 집단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공감 결핍의 위기
저자들은 현대 사회가 ‘공감의 붕괴’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정보 속의 인간적 고통이나 현실에 정서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무감각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뉴스에서 보이는 참혹한 전쟁, 기아, 불평등 문제들이 마치 픽션처럼 소비되며, 공감 능력은 점점 퇴화하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그들은 특히 미디어 환경이 공감 결핍을 심화시키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감각을 자극하는 이미지의 반복, 비인격화된 언어와 데이터, 사건의 맥락 없이 전달되는 뉴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통에 둔감해지게 만듭니다. 공감은 훈련되고 길러져야 하는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히려 그 능력을 상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 구조 역시 공감을 방해합니다. 경쟁 중심의 교육,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 개인주의와 분리된 도시 생활은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고 이해할 여지를 줄입니다. 그 결과, 사회는 더 고립되고, 분노와 불신은 더욱 커지며, 협력보다는 대결이 일상이 됩니다. 공감이 빠진 사회는 결국 자기 파괴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감의 진화』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공감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문명 유지의 필수 조건으로 격상시키고, 그 회복을 위한 사회적·개인적 실천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인류를 위한 감각의 재설계
로버트 온스타인과 폴 어얼리는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 사고방식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감각의 설계’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지 기술의 발전이나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어떤 감정으로 타자와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공감 능력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정보 해석과 의사결정, 윤리의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교육의 변화를 강조합니다. 지식 중심 교육에서 정서 교육, 감정 훈련, 비판적 사고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감정의 조절과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훈련은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길러져야 하며,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내 일처럼 느끼는 능력’을 사회 전체가 회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정책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도 공감을 강화하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비극적 사건을 전달하더라도 희망과 연결의 서사를 더하는 접근, 데이터보다는 이야기와 얼굴이 담긴 보도, 지속적 관심을 유도하는 환경이 공감의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사회의 회복탄력성과 연결됩니다.
『공감의 진화』는 생존을 위한 감각 재구성을 제안합니다. 감각은 학습 가능하며, 그 감각이 바뀌어야 우리는 새로운 인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진화’의 핵심입니다.
-마치며
『공감의 진화』는 우리가 가진 뇌의 한계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여, 공감이라는 감각을 회복하고 확장해야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능하다는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선언입니다. 온스타인과 어얼리는 지금의 문명이 직면한 위기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감각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보며, 그 해법을 인간 내면에서 찾습니다.
이 책은 기후 위기, 사회 갈등, 정치적 분열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연결의 감각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 감정과 이성, 뇌와 문화의 관계를 성찰하고자 하는 독자,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감정을 품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단단한 통찰과 실천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공감의 진화』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공감이라는 능력의 복권 선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