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 리뷰

[도서] 『감각의 박물학』 : 감각으로 보는 세계의 확장, 과학과 시가 만나는 순간,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감각의 예술

by kdsnews 2025. 5. 3.
반응형

『감각의 박물학』은 시인이자 과학 에세이스트인 다이엔 애커먼이 오감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체험을 과학, 역사, 문학, 예술을 넘나들며 탐색한 작품입니다. 시적인 언어로 포장된 이 책은 단순히 감각기관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세계를 경험하고 사랑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성찰로 나아갑니다. 냄새, 맛, 청각, 촉각, 시각의 다섯 감각을 중심으로 그것들이 우리의 기억, 감정, 욕망,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풍부한 사례와 인문학적 해석을 통해 풀어냅니다. 『감각의 박물학』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감각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섬세하면서도 유려한 명저입니다.

감각으로 보는 세계의 확장

다이엔 애커먼은 감각을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과 교감하는 가장 깊고 원초적인 언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눈으로 보며 세상을 인식하고, 귀로 듣고 감정을 읽으며, 코로 냄새를 맡아 과거를 소환하고, 입으로 맛을 보며 문화를 경험하고, 피부로 촉감을 통해 타인을 받아들입니다. 이 감각들은 각각의 고유한 방식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해석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냄새는 기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번 맡은 향기가 수십 년 전의 어느 순간을 생생하게 불러올 수 있는 것은 후각이 뇌의 해마와 편도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감각은 단순히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아니라, 감정과 기억, 정체성까지 포함한 인간 경험 전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애커먼은 감각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화가가 빛과 색을 통해 사물을 재창조하고, 요리사가 맛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음악가가 진동으로 감정을 전하는 것처럼 감각은 예술의 원천이자 철학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러한 감각의 작동 방식은 우리의 문화와 행동까지도 형성합니다.

『감각의 박물학』은 세계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이성이나 논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라는 창을 통해 더 넓고 깊이 있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섬세한 문장으로 깨닫게 해줍니다.

과학과 시가 만나는 순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과학적인 탐구와 시적인 언어가 아름답게 결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다이엔 애커먼은 생물학자이면서도 시인이며, 그 두 세계를 대립시키지 않고 조화롭게 섞어냅니다. 그녀는 청각의 작용 원리를 설명하면서도 바흐의 음악이 내는 감정의 떨림을 묘사하고, 냄새의 화학 구조를 소개하면서도 장미 향기 속에서 피어나는 연인의 추억을 덧붙입니다.

그녀는 과학이 세상을 설명해주는 언어라면, 시는 그 세계를 느끼게 해주는 언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감각의 박물학』은 단지 뇌의 신경회로나 감각 수용체를 분석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깊은 울림을 전하는 산문시와도 같습니다. 과학과 시의 경계에서 그녀는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을 선사합니다.

특히 다이엔 애커먼은 감각이라는 물질적인 현상에 정신적, 심리적, 문화적 의미를 덧입혀 우리 삶의 다층적인 면모를 드러냅니다. 그녀에게 감각은 단지 자극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 그 자체입니다. 이는 과학이 인간을 단순한 기계로 바라보는 경향을 넘어서는 정서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입니다.

『감각의 박물학』은 지식과 감성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책입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감각의 세계를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 느끼게 만드는 놀라운 문학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감각의 예술

다이엔 애커먼은 감각을 단순히 생존을 위한 기능이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의 수단’으로 해석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삶을 보다 다채롭고, 깊고, 감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예술적인 체험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감각을 활용해 삶을 어떻게 더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촉각’은 단순히 감촉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정서적 언어입니다. 포옹, 악수, 손길은 말보다 많은 것을 전하며, 우리를 서로 연결시키는 인간적인 매개입니다. 이처럼 감각은 우리가 세상과 맺는 모든 관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또한, ‘맛’은 단순한 영양 섭취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문화를 공유하고, 기억을 떠올리며, 감정을 전달하고 위로받습니다. 그녀는 감각이 단순히 개인적 체험을 넘어서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곧 감각이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문화적 토대가 된다는 깊은 통찰로 이어집니다.

『감각의 박물학』은 감각이 단지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기르는 감각’일 수 있음을 말하며, 그 감각을 풍요롭게 가꾸는 것이 곧 더 좋은 삶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보여줍니다.

 

-마치며

『감각의 박물학』은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오감의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다이엔 애커먼은 과학자처럼 설명하고, 시인처럼 묘사하며, 인문학자처럼 통찰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접하지만 종종 무시했던 감각의 힘을 일깨우고, 그 감각을 통해 삶을 더 깊이 느끼고 이해하게 합니다.

이 책은 일상에 새로운 감각적 감동을 불어넣고 싶은 사람, 문학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다층적인 면모를 다감하게 느끼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따뜻하고도 지적인 선물이 되어줄 것입니다. 『감각의 박물학』은 인간의 감각이라는 박물관을 여행하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안내서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