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은교* : 사랑과 욕망, 시간과 노화, 예술과 삶의 의미

 

*은교*는 박범신 작가의 소설로, 사랑과 욕망, 시간과 노화, 예술과 삶의 의미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탐구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노시인의 사랑과 젊음에 대한 갈망, 그리고 예술가의 고뇌를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인 언어로 그려내며,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삶의 덧없음을 진지하게 다룹니다. 박범신 작가는 금기된 사랑과 노화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인간 내면의 솔직한 모습을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합니다.

사랑과 욕망: 금지된 감정의 복잡한 이면

*은교*에서 사랑과 욕망은 가장 중심적인 주제로 등장합니다. 박범신 작가는 노시인 이적요와 소년 같은 은교, 그리고 제자 서지우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금지된 사랑과 욕망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이적요는 칠순을 넘긴 노인이지만, 은교에게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의 감정은 단순한 육체적 욕망이 아니라, 잃어버린 젊음에 대한 그리움과 삶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은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은교는 자유롭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두 남성의 서로 다른 감정을 끌어냅니다. 그녀는 순수한 사랑의 상징인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박범신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사랑과 욕망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 작품은 사랑이 항상 아름답고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이적요의 감정은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것이기에, 그의 사랑은 외롭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러한 사랑이 인간적인 것이며, 누구나 마음속 깊이 감춰둔 감정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시간과 노화: 젊음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허무함

*은교*에서는 시간과 노화에 대한 주제도 깊이 있게 다루어집니다. 노시인 이적요는 자신의 노쇠한 육체를 바라보며, 시간의 무자비한 흐름에 대해 절망감과 슬픔을 느낍니다. 그는 젊음의 상징인 은교를 통해 자신이 잃어버린 젊음을 되찾고 싶어 하는 갈망을 보여줍니다.

박범신 작가는 시간의 흐름이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은교와 이적요의 대비를 통해 표현합니다. 피부의 주름, 움직임의 둔함, 그리고 쇠약해진 몸은 이적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반면, 은교의 생기 넘치는 모습은 이적요에게 시간의 잔혹함을 더욱 실감하게 만듭니다.

노화는 단지 육체적인 변화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적요는 정신적으로도 쇠약해지고,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됩니다. 그는 젊음이 주는 가능성과 희망을 그리워하며, 자신이 시간의 흐름에 갇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이룰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낍니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이 시간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노화의 과정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의 강인함과 존엄성을 강조합니다.

예술과 삶의 의미: 창작의 고통과 예술가의 존재 이유

*은교*는 또한 예술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보여줍니다. 이적요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창작의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집니다. 그는 자신의 예술적 영감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안과 더 이상 창작할 수 없다는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박범신 작가는 예술가의 내적 갈등을 통해 창작의 진정한 의미를 질문합니다. 이적요에게 시를 쓴다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표현하는 과정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의 작품들이 가진 생기와 열정을 다시 되찾고 싶어 하지만, 시간은 그의 예술적 에너지를 소진시켜 버렸습니다.

이 작품은 예술이 삶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존재를 지속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적요의 시는 그의 삶의 흔적이며, 그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박범신 작가는 예술이 가진 힘과 그 힘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