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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클루지』 : 비효율적 뇌의 진화, 불완전함에서 오는 인간다움, 똑똑한 사고의 한계와 극복

by kdsnews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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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지』는 심리학자 게리 마커스가 인간의 뇌가 왜 이토록 비효율적이고 실수투성이인지에 대해 진화적 관점에서 풀어낸 독특하고 흥미로운 책입니다. ‘클루지(Kluge)’란 원래 임시방편의 덧대기식 해결책을 의미하며, 마커스는 바로 인간의 마음이 이런 ‘덧대기’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뇌의 오류, 비합리적 선택, 기억의 착오 등 우리가 겪는 수많은 문제들이 뇌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진화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며, 동시에 우리가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유쾌하고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비효율적 뇌의 진화

게리 마커스는 인간의 뇌가 마치 완벽하게 설계된 슈퍼컴퓨터처럼 생각되는 일반적인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그는 인간의 뇌가 ‘점진적인 진화’의 산물이며, 최적화된 설계가 아닌 기존의 기능 위에 새로운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땜질식 진화가 바로 '클루지'의 핵심입니다.

그 예로 그는 기억 체계를 언급합니다. 인간은 정보를 정확히 저장하거나 체계적으로 검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이는 우리가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필요한 '충분한' 기억 능력만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효율성보다는 생존과 관련된 정보 우선의 체계가 우리의 기억 오류를 설명합니다.

또한 감정 조절의 어려움 역시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과 감정 중추인 편도체 간의 불완전한 연결로 설명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우리가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거나,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이유가 진화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회로 때문임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어설프게 조립된 진화의 산물’에 더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입니다.

『클루지』는 완벽하게 보이던 인간의 뇌에 대해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게 만들며, 뇌의 비효율이 오히려 우리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을 통찰력 있게 드러냅니다.

불완전함에서 오는 인간다움

이 책은 인간의 인지적 불완전함을 단순한 결점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본질로 바라봅니다. 게리 마커스는 우리가 실수하고, 망설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를 비난하거나 수정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특성으로 제안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어설픔이 공감, 창의성, 유연성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나 문제를 해결할 때의 직관 사용, 예술적 감성의 발현은 완벽한 논리 회로가 아닌 느슨하고 유연한 회로 구조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클루지적 뇌'는 가끔 오류를 범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마커스는 인간의 도덕성조차도 이러한 클루지 구조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이기심과 이타심이 혼재되어 있는 인간의 본성은 진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필요에 따라 덧붙여진 시스템들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결과이며, 그 자체로 매우 인간적인 정체성이라고 설명합니다.

『클루지』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인지적 한계를 수정하려는 시도보다, 먼저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태도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불완전함은 결함이 아니라, 다양성을 담는 그릇일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똑똑한 사고의 한계와 극복

게리 마커스는 인간의 이성적 사고마저도 클루지임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논리, 추론, 판단 능력은 완벽하게 정렬된 컴퓨터 알고리즘이 아니라, 제한된 정보와 감정, 맥락 속에서 그때그때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는 ‘임기응변의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로 하여금 편향(Bias), 오류(Errors), 그리고 착각(Illusions)에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확증편향, 선택적 기억, 가용성 휴리스틱 같은 심리학 개념들은 바로 이 클루지적 사고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이성적으로 사고한다고 믿는 순간에도 우리는 본능과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하지만 마커스는 이를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가 이러한 인지적 한계를 인식하고, 훈련과 전략을 통해 더 나은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감정과 거리를 두고 정보를 재구성하거나, 다른 사람의 관점을 빌려보는 등의 사고 훈련은 이성의 약점을 보완하는 실질적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클루지』는 ‘완벽하게 사고할 수 없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면서도 우리가 보다 현명하게 사고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즉, 클루지를 인정하는 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마치며

『클루지』는 인간의 뇌와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고 불완전한지에 대한 통찰을 담은 동시에, 그 불완전함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입니다. 게리 마커스는 진화의 잔재처럼 보이는 이 불편한 시스템들이 결국 인간의 창의성과 다양성, 공감과 실수라는 독특한 인간성을 만들어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인지심리학에 관심 있는 독자, 자신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강한 공감과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클루지』는 완벽함보다 어설픔 속에서 진짜 진실을 찾는 매우 인간적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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