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장통』은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교수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일상적인 사례와 함께 알기 쉽게 풀어낸 대중 인문서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연장통’이란 수백만 년 전 인류가 생존을 위해 갖추게 된 심리적 도구, 즉 본능과 감정,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그 연장들은 여전히 우리의 판단, 감정, 행동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제는 현대 사회와 충돌하거나 어긋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래된 연장통』은 진화의 산물로서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사회와 자신을 더 뚜렷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줍니다.
진화심리학으로 보는 인간 본성
전중환 교수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왜 그렇게 진화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설명합니다. 우리가 질투를 느끼고, 소문에 민감하며, 공정성에 분노하고, 때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모두 생존과 번식을 위해 최적화된 심리적 연장들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인간을 단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적응적 존재’로 바라봅니다.
예컨대, 친구가 나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묘한 질투는 비합리적인 감정이 아니라, 과거 부족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본능적 반응으로 진화한 감정입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불편하거나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감정들도 생존의 역사 속에서 유용했던 심리적 도구였던 셈입니다.
그는 인간이 가진 본성 중 많은 부분이 사실 과거 환경에서 형성되었기에, 지금의 사회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인간 본성을 이해하려면 현대적 기준이 아닌 진화적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그럴 때 우리는 인간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나 비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래된 연장통』은 우리가 가진 본성과 감정들이 단지 문제나 약점이 아니라, 진화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도구’임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그 도구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로 가는 길입니다.
협력과 이타성의 진화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이기성만을 강조한다고 오해받기 쉽지만, 전중환 교수는 인간이 놀라울 만큼 협력적이고 이타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킵니다. 그는 ‘상호적 이타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왜 인간이 낯선 사람과도 협력하며,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행동조차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진화적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 발달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기대하지 않았던 보상을 받거나, 사회적 명성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회적 보상이 바로 협력을 지속시키는 진화적 메커니즘입니다. 즉, 인간의 이타성은 단순한 희생정신이 아니라 서로 간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그는 협력은 작은 집단에서의 상호 감시와 평판 관리 시스템을 통해 유지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의 도덕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며, 때로는 과시적인 기부나 봉사를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의 협력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전 교수의 분석입니다.
『오래된 연장통』은 이타성과 협력이 단지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내면화된 전략임을 설명하며, 우리가 서로를 돕고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더 깊고 과학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현대 사회의 본능적 오류들
전중환 교수는 현대 사회가 과거 환경에 적응한 인간의 본능과 충돌하는 지점들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우리가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거나, 가짜 뉴스에 쉽게 속고, SNS에서 과잉 반응하는 것도 모두 진화적 심리의 부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본능은 본래 생존에 유리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판단의 오류를 낳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시끄럽고 자극적인 정보에 끌리기 쉽습니다. 이는 과거 생존에 있어 위험을 감지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성향이 자극적인 뉴스, 클릭베이트, 선정적인 콘텐츠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원인이 되며, 정보 과잉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그는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문화’와 ‘직관에 기댄 오류’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신뢰할 만한 통계보다 감정적 이야기나 단편적인 경험에 더 반응하며, 이로 인해 합리적 판단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런 경향은 마케팅, 정치, 교육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오래된 연장통』은 인간 본능을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할 도구’로 바라보게 하며,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겪는 심리적 문제들을 진화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하게 해줍니다.
-마치며
『오래된 연장통』은 인간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진화심리학의 시각에서 풀어낸 탁월한 교양서입니다. 전중환 교수는 일상적인 사례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복잡한 인간 본성의 뿌리를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하며, 우리가 ‘왜 그런가’를 묻는 데 익숙해지게 합니다.
이 책은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 심리학과 진화에 관심 있는 독자, 그리고 인간 사회의 갈등과 협력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도구를 건네는 책입니다. 『오래된 연장통』은 우리가 누구인지, 왜 그런지를 묻는 지적이고 따뜻한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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